항공권을 알아보던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마침 광고를 하나 봤습니다. 비행기 내부를 보여주더니 120불에 항공권을 구입했다는 승객을 보여줍니다. 뒷자리에 앉은 승객은 그보다 좀 더 비싼 134불에 구입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주인공이 등장해 미소를 지으며 얘기합니다. 단돈 22불에 구입했다고요. 바로 호퍼(Hopper) 앱의 광고였습니다. 클릭하지 않을 수 없는 광고입니다. 일단 구글에서 검색을 했습니다. 생소한 앱이었는데 익스피디아, 부킹닷컴 등 거대 여행 플랫폼과 경쟁하는 회사였습니다. 당장 앱을 다운로드 했습니다. 그리고 제 여행 일정을 입력하니 'wait' - 얼마 지나면 항공권 가격이 떨어질 테니 아직 구입하지 말고 기다리는 메시지가 뜹니다. 며칠이 지나 항공권에 대해 깜빡 잊고 있었을 때 호퍼에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지금이 가장 낮은 가격이니 항공권을 구매하라고 말입니다.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구매 시간을 알려주는 호퍼와의 첫 만남은 그야말로 감동이었습니다. 과거 지금 잘 사는 게 맞나 고민하며 마치 도박하는 심정으로 항공권을 구매해왔다면 이제는 아주 마음 편하게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으니까요. 여행 서비스와 핀테크를 결합해 우리의 불안을 잠재워준 스타트업 호퍼의 스토리를 함께 알아볼까요.
1. 19세에 첫 창업 후 익스피디아에 매각, 호퍼(Hopper)의 시작
호퍼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 프레데릭 랄론드(Frederic Lalonde)는 무려 19살에 뉴트레이드 테크놀로지스라는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대학 교수였던 그의 아버지는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 프레데릭은 자연스레 12살부터 코딩을 스스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학교가 끝난 19살, 그는 스스로 새로운 어떤 것을 시작하고 싶어 창업했다고 합니다. 창업은 성공적이었습니다. 5년 후 글로벌 대표 여행 예약 플랫폼인 익스피디아(Expedia)에 매각되었으니 말입니다. 이후 익스피디아의 부사장으로 합류했습니다. 프레데릭 랄론드는 당시 익스피디아의 공동 창업자인 리차드 바톤(Richard Barton), 로이드 프링크(Lloyd Frink)와 함께 일하며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지 혹은 무역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호퍼의 많은 부분들이 익스피디아 혹은 질로우(Zillow, 익스피디아 창업자가 세운 부동산 플랫폼)에서 많은 부분 영향을 받았습니다. 특히 소비자 불안심리가 있고 소수의 사람이 대부분의 정보를 통제하는 분야에서 투명하고 신뢰도 있는 정보를 공개하는 호퍼 탄생의 아이디어도 여기서 탄생한 것이었죠.
처음 호퍼에 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한 것은 2007년이었습니다. 당시 온라인 여행 시장은 그 규모가 8천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그중 모바일 여행 마켓은 3천억 달러를 넘지 못했습니다. 우버로 대표되는 승차 공유 서비스는 4백억 달러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프레데릭 랄론드는 모바일 여행 마켓이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처음 그의 아이디어는 아무도 믿지 못할 만큼의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판매 등의 거래에 집중하는 대신 좀 더 가치 있는 인사이트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시작은 웹사이트였습니다. 수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질문에 답변해주는 것이었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언제 항공권을 구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불안함과 많은 고민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호퍼의 정보 수집과 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장장 6년이 걸렸습니다. 비용도 천이백만 달러를 쏟아부었습니다. 수익화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 세워지기 전 이었습니다. 그러다 안드로이드 핸드폰이 처음 출시되고, 인도에서 온라인 여행 마켓의 거래 규모가 12%에서 60%까지 급성장하는 것을 목격한 뒤 웹사이트를 닫고 앱을 만들었습니다. 호퍼가 세상에 나온 순간이었습니다.
2. 10억 개 이상의 푸시 메시지로 항공권 구입 최적의 시간을 안내하는 똑똑한 앱, 호퍼
호퍼의 사업 모델은 항공권이나 호텔 예약 대행이 아니었습니다. 호퍼가 앱 런칭 전 선보였던 첫 번째 버전은 1년 이내 항공권 금액을 정확하게 예측했습니다. 예를 들면 '4주 후 300달러가 될 겁니다. 기다리세요' 라고 말해주는 거죠. 현재 호퍼 앱에서는 항공권 구입이 가능하지만, 주요 사업 모델은 미래 가격을 예측하고 조언을 해주는 겁니다. 호퍼는 미래를 알고 있으니 당장 구입하지 말라고. 상황이 바뀌면 메시지를 보내준다고 말이죠. 호퍼는 현재 120여 개국의 소비자들에게 10억 개 이상의 푸시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매출의 90% 이상이 이 푸시 메시지에서 발생합니다.
호퍼 앱은 미국 애플스토어에 처음 출시 됐습니다. 그런데 출시 한 그날 밤 애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애플은 개발사에 전화를 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애플은 호퍼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출시될 수 있을지 물어봤습니다. 그렇게 글로벌 출시를 하게 된 호퍼는 수백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호퍼는 실제로 소비자들이 푸시 알림을 받고 핸드폰에서 비싼 항공권을 구매할까 걱정했지만, 이런 걱정을 뒤엎고 출시 첫 주 천장의 항공권을 판매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서비스도 선보였습니다. 가격 고정하기 서비스입니다. 코로나19와 예상치 못한 각종 자연재해, 전쟁 등으로 인해 여행 관련 상품의 가격도 변동이 심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환율에 따른 가격 변동도 덤이고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퍼는 소액의 금액을 예치금으로 지불하면 항공권 가격이 오르지 않도록 고정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미리 큰 금액을 지불하지 않고도 좋은 가격으로 항공권을 확보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호퍼는 소비자뿐 아니라 항공권을 판매하는 플랫폼 대상의 서비스도 출시하며 수익 모델을 확대했습니다. 항공편 지연 보장제도가 그것입니다. 소비자가 구매한 항공권이 1시간 이상 연기될 경우 항공권을 구매한 플랫폼에서 이용 가능한 항공권을 대신 구매할 수 있거나 환불받을 수 있는 일종의 보험 서비스로, 항공권을 판매하는 플랫폼들이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3. 거액의 투자로 더 큰 성장의 발파 마련한 호퍼
호퍼 앱은 2015년 출시 이래 애플의 베스트 오브, 구글 플레이 어워드, 웹비어워드 베스트 트래블 앱 등을 수상했습니다. 현재까지 2천만 번 이상 다운로드 되었고, 6억 달러 이상의 항공권을 판매했습니다. 2021에는 기준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여행 앱 4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183% 성장한 것으로 천오백만의 다운로드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무려 30배 이상의 성장을 바탕으로 캐피탈 원, 골드만삭스 등 굵직한 기업으로부터 큰 금액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최근 호퍼는 캐피털 원(Capital One)에서 9,6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호퍼는 투자금으로 새로운 소셜 커머스 계획을 포함해 회사의 성장을 위한 곳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호퍼와 캐피털 원의 만남은 처음이 아닙니다. 캐피털 원은 지난 2021년 호퍼의 시리즈 라운드 투자를 이끈 주인공입니다. 특히 이 둘은 캐피털 원 카드 사용자들에게 호퍼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협업을 진행했는데요. 해당 협업 이후, 캐피털 원 카드 사용자들 대상의 캐피털 원 트래블은 기록적인 사용량 증가를 보였다고 합니다.
호퍼의 현재 가치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약 5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호퍼의 상장에 대해서도 시장의 관심이 뜨겁지만, 호퍼는 아직은 앱의 성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매달 평균 100만 명의 새로운 유저들이 호퍼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가격 예측 외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빠르게 성장해온 호퍼. 지난해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도 무려 30배 이상의 성장을 보여 또 한 번 시장을 놀라게 했습니다. 호퍼가 부킹닷컴, 익스피디아 같은 기존의 기업들을 제치고 여행 업계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응원하며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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