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어느 토요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압구정 다운타우너에서 브런치를 먹었습니다. 무려 1년 만에 만났던 탓에 수다는 끊임없이 이어졌죠. 다운타우너의 쉬림프 버거는 오랜만에 먹어도 역시 맛있습니다. 버거와 트러플 감자튀김까지 깨끗이 먹어 치우고 소화도 시킬 겸 현대백화점으로 걸어갔습니다. 뮤지컬 한 편을 예약해 놓았거든요. 락 콘서트를 방불케 했던 뮤지컬을 보고 백화점을 어슬렁거리다 다시 도산공원으로 걸어갔습니다. 작은 가게들을 구경하다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리틀넥으로 갔습니다. 웨이팅이 많지 않아 다행이었어요. 한쪽에 마련된 따뜻한 대기실에서 잠시 얘기를 나누다 입장했습니다. 키오스크로 이미 주문까지 마쳤기 때문에 음식도 빠르게 나왔습니다. 유명한 데는 이유가 있다며 연어 포케와 크림 파스타를 깨끗이 먹어 치웠어요. 계산을 하는데 '오늘 날씨가 추우니 이거 하나씩 들고 가세요'라며 미리 따뜻하게 준비해둔 핫팩을 건네 받았습니다. 감동이었어요. 잘되는 곳은 이유가 있다고 얘기하며 마지막 수다를 위해 카페를 찾았습니다. 조금 걷자 핑크색의 귀여운 건물, 카페 노티드가 나왔어요.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고 친구가 사준 도넛 박스를 들고 헤어졌습니다.
혹시 눈치채셨나요? 즐거웠던 저희의 하루를 책임진 식당과 카페는 모두 외식 기업 GFFG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조용하던 압구정을 MZ들의 핫플레이스로 시끌벅적하게 부흥시킨 1등 공신으로 인정받는 기업. 얼어붙은 경기 속 300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놀라게 한 GFFG에 대해 알아볼까요?
1. 오픈런하는 도넛, 카페 노티드의 시작
카페 노티드는 처음부터 도넛을 판매하지 않았습니다. 케이크 전문 카페였죠. 당시에는 4대 보험을 밀릴 정도로 카페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신메뉴 구상을 하던 중 '케이크의 크림을 안으로 넣어버리면 어떨까?'라며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그러다 하와이에서 유명한 도넛 가게에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며 확신을 얻고 돌아옵니다. 노티드의 가장 인기 있는 도넛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케이크의 크림을 도넛에 접목한 것입니다.
이 신제품으로 백화점에서 팝업 매장을 운영했고, 거기서 입소문이 나면서 노티드는 금방 압구정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너무 달거나 느끼하지 않은 크림, 노란색과 핑크색의 귀여운 캐릭터와 패키지는 MZ들의 눈과 입을 모두 만족시키며 인스타그램을 도배했습니다. 노티드 도넛을 먹으려면 수십 분씩 줄 서는 것은 기본이라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서울과 제주에 15개 매장을 운영중인 노티드는 아직도 그 인기가 뜨겁습니다.
2. 도넛보다 유명한 브랜드 마스코트
카페 노티드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매장과 패키지에서 만날 수 있는 귀여운 캐릭터 슈가베어와 스마일 캐릭터입니다. 카페 노티드 초기 동화적인 색감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그려내는 이슬로 작가와 협업해 제작했습니다. 매장 내 거울에만 그림을 넣으려고 했는데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어 패키지와 매장 외벽까지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완성된 노티드만의 독특한 감성은 매장과 제품의 패키지, 굿즈들을 통해 소비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MZ세대의 최애 브랜드가 되면서 업계를 막론하고 여러 브랜드의 러브콜이 이어졌습니다. 삼성전자, 무신사, 신한카드, 카카오, GS25, SPAO 등 다양한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최근에는 힙합 레이블 AOMG와 함께 음원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GS25와 함께 만든 노티드 우유는 출시 이후 매출 40억원을 기록할 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다양한 채널에서 다양한 제품으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면서 가치를 높이고, 팬덤도 강화하는 전략이었습니다.
GFFG는 음식료 기업을 넘어 라이프스타일까지 어우르는 기업을 꿈꾼다고 합니다. 메뉴 개발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디자인. 매장 인테리어나 제품 패키지 등을 전담하는 자체 디자인팀이 있을 정도 입니다.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음식만 즐기는 것보다 소셜미디어에 인증샷을 올릴 수 있도록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공간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3. K-디저트, K-푸드도 미국 진출
카페 노티드를 선두로 팬덤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카페 노티드는 최근 2년간 무려 300% 성장을 했습니다.
새로운 브랜드도 꾸준히 론칭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카페 겸 델리 브랜드 '애니오케이션', 캐주얼한 스시 브랜드 '키마스시', 그리고 GFFG의 첫 주류 브랜드인 위스키바 '오픈엔드'까지 3개의 브랜드를 선보였습니다. 이중 오픈엔드는 기존에 운영되던 매장을 인수한 첫 사례입니다. 새로운 브랜드 육성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인수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로 발을 넓힌 것입니다.
카페 노티드가 이끌고 새로운 브랜드들이 지원한 지난해 GFFG의 연 매출은 1000억원대를 예상합니다. 매년 2배에 가까운 성장입니다.
괄목한 성장을 보여준 GFFG는 300억 규모의 엔젤 투자도 유치했습니다. GFFG는 투자금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카페 노티드와 한식 브랜드 호족반이 그 첫 번째 주자입니다. 도넛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K-도넛, K-푸드의 맛을 제대로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카페 노티드, 다운타우너, 리틀넥, 호족반, 클랩피자, 웍셔너리, 오픈엔드, 키마스시 등 GFFG는 겹치는 브랜드가 없습니다. 매번 새로운 도전을 했다는 뜻이겠죠. 햄버거 식당에 이어 디저트 카페를 내고, 한식당을 내더니 멕시칸 식당와 위스키바를 여는 다채로운 도전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MZ세대의 최애 브랜드로 국내 외식업계에 누구보다 뚜렷이 이름을 새기고 있는 GFFG, 100년 이상 지속될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그 포부를 맛있게 먹으며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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