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없는 삶,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로 마음먹은 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제품에는 각종 세정제가 빠지지 않습니다. 클렌징폼, 샴푸, 주방세제 등 매일 자주 사용하는 제품들은 그만큼 자주 사게 되고 플라스틱 용기 쓰레기가 많아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액상의 제품을 고체 형태로 만든 고체 샴푸, 고체 린스, 고체 설거지 비누는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 없어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고 비누 형태라 남김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브랜드 '동구밭'은 바로 이 친환경 고체 비누를 생산하는 대표 스타트업입니다. 나도 모르게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었네' 노래가 흥얼거리게 되는 이 귀여운 브랜드는 알고 보면 더 귀여운 시작과 멋진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텃밭, '동구밭'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1. 세상을 바꿀 텃밭, 동구밭의 시작
2014년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4명의 대학생이 모였습니다. 농사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우수 창업팀으로 선정된 이들은 이듬해인 2015년 1월 동구밭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22개의 텃밭을 함께 운영하면서 친구가 되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했습니다.
동구밭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 행복나눔재단의 임팩트 투자, 카이스트 청년창업 투자 지주 지분 투자를 연달아 유치했습니다. 세계 자폐인의 날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도 받았습니다. 이들의 사회적 가치는 일찌감치 인정받았습니다. 동시에 기업으로서의 성장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있던 그때,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동구밭의 열정에 벤처투자자 소풍이 투자를 결정합니다.
동구밭 역시 발달장애인을 지속적으로 고용하고, 결국 이들의 자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던 때 '소풍'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텃밭 농사 중심의 프로젝트에서 한 단계 더 확장하기로 했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이 어렵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면서, 기업도 성장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 고심했습니다. 고민 끝에 선보인 제품은 바로 천연 수제 비누. 텃밭 농사로 얻은 수확물을 사용해 손으로 직접 만든 고품질의 친환경 비누는 제품 생산 과정이 어렵지 않아 발달장애인들도 충분히 함께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2. 사람에게도, 지구에도 안전한 제품
동구밭은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것은 물론 지속 성장에도 진심입니다. 텃밭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인 만큼 동구밭의 모든 제품에는 동물성 원료 대신 식물유래 성분을 사용합니다. 동구밭의 원료를 살펴보자면 소금, 옥수수, 레몬, 설탕, 다시마, 아보카도, 가지, 케일 같은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들입니다.
화학 계면활성제, 방부제 같은 화학 성분들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동구밭의 친환경 제조 방법으로 미국 USDA 유기농 제조공장 인증과 프랑스 EVE VEGAN 비건 제조사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품 패키지와 완충재 역시 환경 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플라스틱 대신 비 접착 재생종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중한 지구에도 해가 되지 않도록 원료 선택부터 포장까지의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3. 국내 최대 고체 화장품 제조사로 우뚝
동구밭은 천연 수제 비누 사업을 시작할 당시 자체 제작 방식 대신 위탁 제조를 택했습니다. 다른 브랜드들의 제품을 위탁받아 발다장애인의 고용이나 매출의 안정화를 꾀한 것입니다. 이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현재 동구밭이 운영하는 공장은 월 40만 개의 고체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전문 공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발달장애인도 안정하고 쉽게 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곳에서 세안 비누, 설거지 비누, 샴푸바, 린스바, 입욕제 등의 제품을 생산하며 아모레 퍼시픽, 엘지생활건강, 워커힐, 올리브영, 라인, 자주, 클리오, 아로마티카 등 국내 굵직한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좋은 재료로 만든 친환경 비누는 그 품질이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었고 동구밭은 자체 제작은 물론 고체 샴푸, 고체 린스, 고체 주방세제 등 고체 화장품 및 생활용품으로 제품 라인을 확대했습니다.
이렇게 동구밭은 매년 2배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비누 제조업을 시작한 2017년 6억원의 매출을 올린 동구밭은 2020년 무려 10배 가까운 성장을 하며 55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지난해에는 114억원으로 2배의 성장을 보였습니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면서 발달장애인의 고용도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현재 40여명의 발달장애인이 동구밭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직원의 50% 이상이라고 합니다.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그들의 경제 활동을 지원하고 자립을 도우면서 사람과 지구에 이로운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회사. 그리고 제품과 수익금을 꾸준히 기부까지 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착한 기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구밭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을 부르는 명칭이 있습니다. 바로 '가꿈지기'인데요. 동구밭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가꾸어 나간다는 뜻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동구밭의 가장 큰 미션은 바로 발달장애인이 자립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회사에서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동구밭은 자신들이 꿈꾸는 이러한 세상을 위해 작은 부분에서부터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창사 이래 동구밭을 퇴사한 발달장애인 직원이 아무도 없을 만큼 발달장애인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대학생 4명의 도전적이었던 이 프로젝트는 짧은 기간 우리 사회 긍정적 효과를 발생시키며 순항하고 있습니다. 저도 동구밭을 알게 되면서 설거지 비누를 처음 구입했습니다. 리필제품을 사용해도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 발생을 막을 수 없었는데, 벌써 마음의 짐이 50% 정도는 가벼워진 기분입니다. 더군다나 저의 작은 구매가 장애인들의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조금 더 뿌듯하기도 합니다. 모두가 존중받고 함께 공존하는 세상, 동구밭의 열정에 사심 가득담은 무한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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