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에도 스타트업 회사가 있습니다. 외상으로 감자를 판매하며 시작했던 회사, 록야는 연매출 약 300억을 기록하고 지난해에는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감자밭을 다니며 외상 거래를 설득하던 패기의 29살 두 청년이 어떻게 대한민국 미래농업을 이끄는 대표 기업이 되었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1. 록야의 시작 - 새벽에는 농사 돕고 저녁에는 소주 마시며 시작된 감자 재배 계약
2010년, 당시 29살 박영민, 권민수 청년은 감자 농사를 짓는 농업인분을 찾아다니며 록야에 대한 비전과 계약 재배 시스템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이들이 사업의 첫 번째 아이템, 농작물로 감자를 선택한 이유는 유행을 타지 않는 식품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젊은 청년들의 당돌함에 기특함을 담은 응원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반신반의하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문전 박대도 당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신뢰를 쌓고 마음을 얻기 위해 매일 새벽에 나가 일을 도왔습니다. 퇴근 후 저녁에는 소주 한 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죠. 한 명은 경상도에, 한 명은 전라도의 밭에서 일하다가 충청도에서 만나 휴식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29살 청년들의 패기와 농업에 대한 열정으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그들의 노력에 한 농가가 마음의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처음으로 재배 계약을 맺었는데요. 재배 계약이란 감자를 키우기 위해 씨를 뿌리고 재배가 이뤄지기 전 합의한 가격으로 계약을 하는 것입니다. 날씨나 모종의 이유로 감자의 가격이 내려가거나 올라가도 생산자는 록야에게 계약된 물량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거죠. 가격이 오르는 경우 생산자의 손해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가격의 변동이 심한 농작물 시장에서 불안함 없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반응이 좋다고 합니다. 시장 역시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이 이뤄지므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입니다. 특히 해당 농가는 해태제과와 계약을 준비 중 이었습니다. 록야와 계약을 맺으며 록야는 대기업과 계약 및 판매를 경험하게 됩니다. 좋은 레퍼런스가 되었고 앞으로의 성장에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감자 유통에는 품질검사가 중요합니다. 흠집이 있거나 병에 걸린 감자는 시장에 판매하지 않습니다. 1차 품질검사를 꼼꼼히 해야 시장에서 반품되는 감자를 줄일 수 있습니다. 흠집이 있는 감자 중 일부는 가공하여 다른 형태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감자 유통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자 종자 연구부터 재배, 수확, 그리고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며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입니다. '꼬마감자'로 재배 기술 특허를 받기도 했습니다. 생방 방식도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아이디어를 시도했습니다. 드론을 150미터 상공에 올려 밭에 있는 작물을 구분해내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 출원하기도 했습니다.
록야의 이러한 열정은 감자 농업인들과 시장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아 현재는 전국 감자의 1%가 록야의 계약 농지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2. 록야의 새로운 도전, 팜에어 - 농업에도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재배 계약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자 록야는 새로운 도전을 합니다. 바로 데이터 농업입니다. 농산물은 가격의 표준화가 어려운 대표 상품입니다. 가격을 정하는 것은 변화무쌍한 날씨, 즉 하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팜에어'라는 자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지난 10년간의 데이터 - 산지별 토질, 배수 등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1년 이내 농산물 가격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입니다. 예측 가격을 농가나, 이를 구입하는 기업에 공유하면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 가격의 안정화를 꾀한 것입니다.
가격을 예측해도 리스크는 남아있습니다. 록야는 다시 고민합니다. 지금도 변화무쌍한 날씨는 앞으로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렵고 안 좋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록야는 다시 한번 IT를 접목한 스마트팜을 시작하고, 현재 약 40여 종류의 작물을 스마트팜으로 재배하고 있습니다. 야외의 날씨와 관계없는 온실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입니다. 햇빛은 LED로 대신하고 순환 팬이 바람이 됩니다. 햇빛만큼 바람은 농작물에 중요한 요소라고 합니다. 바람이 잘 지나야 농작물이 건강하게 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마트팜 안에 바람, 공기의 순환을 까다롭게 조절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팜은 햇빛이나 바람 같은 요소를 다양하게 조절이 가능한데 이를 이용해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떠올렸습니다. 햇빛의 강도, 온도, 바람의 세기 등을 다르게 하면 농작물도 그 맛이나 식감이 달라지는데, 이 레시피를 섬세하게 조정하면서 닭갈비와 어울리는 쌈 채소와 삼겹살에 어울리는 채소를 다르게 재배하고 판매하는 것입니다.
3. 컬리에서 100억 투자 유치한 록야 - 농업 분야의 삼성전자를 꿈꿉니다.
록야의 대표 파트너는 바로 컬리(마켓 컬리)입니다. 새벽 배송으로 단숨에 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된 유통 테크 기업입니다. 록야는 2018년부터 컬리에 상품을 공급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무려 100개의 상품을 공급하고 있는 데다 매년 약 3배의 매출 성장을 보였습니다. 록야를 통해 안정적인 품질과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받은 컬리는 지난해 4월 100억원의 지분 투자를 완료했습니다. 농업의 모든 과정에서 혁신 역량을 보이고 있는 록야를 통해 컬리는 좋은 퀄리티의 신선식품을 더욱 악정적인 가격으로 빠르게 공급받을 계획입니다. 록야의 인공지능 데이터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뿐 아니라 스마트팜 같은 기술을 통해 제품의 품질 관리도 더욱 철저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록야는 더욱 안정적인 유통 플랫폼을 확보하며 농업 전반에 걸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했습니다.
록야는 앞으로 해외시장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다각화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록야에서 직접 개발해 스마트팜에서 재배한 새싹 인삼을 원료로 유산균 제품도 만들고 있습니다. 농산물 미래 가격 예측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금융 서비스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록야는 인공지능이나 스마트팜 같은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 농민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1년 동안 감자 농가에서 함께 농사를 짓고 소주잔을 기울였다는 열정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세상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멋없고 단순한 진심이 통하기 마련입니다. 먹거리는 우리 일상과 빠뜨릴 수 없이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3차 산업, 4차 산업 등의 키워드를 논하며 우리 땅에서 자라는 곡식과 야채 등에 대해서는 소홀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록야 같은 회사의 존재는 더 소중합니다. 가장 맛있고 몸에도 좋은 우리 땅에서 자란 농작물과 이를 재배하는 농가, 그리고 농가와 함께 성장을 꿈꾸는 록야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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