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회사 '해긴'을 아시나요? 지난해 게임회사의 공통 키워드는 '메타버스'였습니다. 주식 시장에서는 매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던 회사들이 많았습니다.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그 열기는 식었고 메타버스를 외치는 게임 회사들도 목소리가 작아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 조용하고 알차게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고 승승장구하는 게임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해긴입니다. 오늘은 모바일 게임 회사 '해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컴투스 공동창업자의 두 번째 도전, 해긴
해긴은 글로벌 모바일 게임 회사 '컴투스'의 이영일 공동창업자가 약 4년간의 휴식 후 시작한 게임 회사입니다. 이영일 대표는 대학교 4학년이던 1996년 컴투스를 창업했습니다. 아케이드 게임을 대리 판매하거나 게임 관련 주변기기들을 제작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직접 모바일 게임 개발을 시작해 미니게임천국, 슈퍼 액션 히어로, 붕어빵 타이쿤 등 유명한 게임을 선보이며 국내 모바일 게임 선두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3년 이영일 대표는 컴투스와 모바일 게임 시장을 양분하던 게임빌에 회사를 매각했는데요, 이후 돌연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내려가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재충전 기간에도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동료, 선후배들과 많은 교류를 나눴습니다. 스타트업 펀드를 조성하거나 엔젤 투자를 하며 여러 스타트업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지난날들을 돌아보면서 이영일 대표는 게임 업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이영일 대표는 약 4년의 휴식을 마치고 컴투스 초기 시절부터 함께 해왔던 동료들과 함께 두 번째 도전, '해긴'을 시작했습니다.
2. 오래오래 게임으로 행복한 세상을 위해 - 해긴만의 철학
회사 이름 해긴은 순우리말입니다. 해가 매우 길다는 뜻의 단어인데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라는 뜻으로도 씌었다고 합니다. 영어 표기는 Haegin이라고 사용합니다. Happy Ever After + Game + In의 합성어입니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도 그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모두 오랫동안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름을 지은 데는 컴투스를 돌연 매각했던 이유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밝힌 컴투스 매각의 이유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회사 운영과 과로에서 오는 피로감이라고 밝혔거든요. 마음 맞는 사람들과 게임을 만드는 것이 이영일 대표의 큰 행복이었지만 포기하고 희생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던 거죠. 몇몇 생각이 맞지 않는 주주들 때문에 자신의 철학대로 회사 운영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많았고요.
해긴은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꿈꾸며 시작한만큼 회사 운영 방식부터 과감한 시도를 했습니다. 길게는 10년도 걸리는 게 게임 개발인데 해긴은 30명 이하의 팀에서 약 2년 내 게임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장르도 비교적 캐주얼 게임 중심이고 전문 노하우를 보유한 15년 정도의 경력자 중심으로 팀을 구성해 시행착오도 최대한 줄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성과를 모든 구성원이 나눌 수 있는 공정한 문화였습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주인이 아닌데 주인의식을 갖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영일 대표는 신규 입사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직원들에게 회사 지분을 증여했습니다. 또 성공한 팀에게 주는 인센티브 금액의 10%를 다른 팀에게 나눠주는 독특한 인센티브 시스템도 만들었습니다. 보통주로만 투자를 받고 있는 것도 해긴의 철학을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투자금 회수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 있고 그러다 보면 해긴의 철학과 맞지 않는 게임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전세계 2등 게임을 만들다 - 해긴의 메타버스 게임 '플레이투게더'
해긴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렸습니다. MMORPG 게임처럼 몇몇 고래 유저들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는 게임은 피하기로 했습니다. 해긴이 처음 출시한 게임도 이런 공식에 맞는 '홈런클래시'였습니다. 컴투스 시절 이영일 대표가 직접 진두지휘했던 게임으로 10여 년 만에 그 시즌2로 돌아온 것입니다. 개발 기간이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첫 해 100억 원을 넘는 매출을 달성할 만큼 인기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2021년 4월, 소셜게임 '플레이투게더'를 출시합니다. 동화풍의 가상세계인 카이아 섬을 배경으로 아바타를 만들고 다양한 미니게임과 취미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3D 캐주얼 그래픽과 친구들과 달리기 경주, 좀비 바이럿, 보물찾기 같은 놀이를 즐길 수 있고 학교 수업, 낚시, 캠핑, 홈파티 등의 취미생활도 할 수 있습니다. 출시 1년 만에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를 1억 회 돌파했습니다. 최고 일일이용자수는 400만 명에 달합니다. 국내 최대 소셜형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의 예상 DAU인 8만 명과 비교하면 무려 50배 많은 수치입니다. 특히 베트남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전체 이용자의 70%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전 세계 메타버스 게임 중 2위에 오르며 국내 메타버스 게임을 대표하고 있지만 개발 초기부터 메타버스 게임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10대들이 편하세 소통하고, 놀이터처럼 함께 즐겁게 놀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익숙한 학교 같은 공간을 차용하거나, 현실의 번화가에 간 것 같은 느낌의 다운타운 같은 공간을 통해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연결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세븐일레븐, 지니뮤직, 에뛰드 화장품 등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을 통해 가상세계와 현실을 잇는 콘텐츠를 선보이며 인기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4. 5년 만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해긴
첫 게임 '홈런클래시'에 이어 연달아 출시 게임을 흥행시킨 것은 물론 '플레이투게더'를 홈런을 터뜨린 해긴은 2021년 전년대비 2.5배 성장하며 332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이런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상반기 스톰벤처스, 카카오게임즈, 넷마블 등으로부터 1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3개월 뒤에는 SK스퀘어와 SK텔레콤으로부터 각각 250억씩 총 500억 원을 투자받았습니다. SK텔레콤 역시 소셜형 메타버스 이프랜드를 운영 중인데, 게임 회사인 해긴을 통해 게임 콘텐츠를 강화할 수도 있고 해외 진출에도 해긴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투자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현재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해긴은 SK와의 파트너십으로 국내 이용자 확대하고, 다양한 협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름부터 너무 멋진 게임 회사 해긴. 오래오래 게임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그 마음을 지키고 웹 3.0 시대 우리나라를 넘어 메타버스를 대표하는 회사로 거듭 성장할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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