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오랜만의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를 검색하며 산책하고 커피 마실 곳, 식사할 곳 등을 찾으며 여행 전 기분 좋은 설렘을 즐기고 있습니다. 처음 에는 아주 여유롭고 휴식을 위한 여행을 계획 했습니다. 그런데 준비하다 보니 제주의 문화와 자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파도가 부딪치는 제주 돌바위를 걷고 제주 바다 내음이 나는 싱싱한 해산물과 꿀 같은 제주 귤을 먹고 또 어떤 재미있는 것을 할지 열심히 찾다가 아주 흥미로운 곳을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제주도 해녀분들이 공연을 하고 직접 채취한 해산물로 만든 음식까지 맛볼 수 있는 실로 엄청나게 멋진 공간입니다. 제주도민들, 그리고 제주도를 찾은 여행객들에게 알려져 이미 많은 사랑을 받는 곳 바로 '해녀의 부엌'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멋진 공간이 탄생했는지, 오늘은 '해녀의 부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아동 심리 치료 학원 운영하던 대학생 딸과 톳 조청 사업을 시작한 엄마
김하원 대표는 해녀 사이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가족은 물론 이웃사촌들도 모두 해녀이거나 어부였죠. 해녀분들이 채취한 해산물은 대부분 일본에 판매되는데 여기에도 가슴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일본 강점기, 일본이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모두 가져갔는데 아직까지 그대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일본에 판매를 의존하는 상황이다 보니 일본에 의해 가격도 결정되고, 생산량까지 입맛대로 좌우하는 상황으로까지 온 것입니다.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인데 주도권을 뺏긴 해녀들의 모습을 가까이 보고 자란 김하원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했습니다.
김하원 대표는 한예종에서 연기를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배우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연기 그 자체가 좋았다고 합니다. 연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이 세상에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기분을 느끼면서 스스로가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특히 아동 심리나 치유와 관련된 다양한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극을 하면 심리 치료를 하는 학원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잘 되던 학원을 뒤로하고 유학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아동 심리 치료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시기 김하원 대표의 어머니는 암 투병 중이었고, 유학을 고민하던 시기에는 완치되어 건강해진 때였습니다. 어머니는 많은 약을 먹어야 하는 암 환자들이 칼슘 섭취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톳 조청을 개발했습니다.
어머니의 부탁으로 함께 사업계획서를 작성했습니다. '농수산품 콘테스트'에 출전해 최종 10팀에 선발되기도 했습니다. 해양수산부 장관상도 받았고, 제주도 도내 프로젝트에도 지원해 어머니의 톳 조청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2. 제주도의 오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해녀의 부엌'
어머니의 톳 조청 사업계획서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현실은 지난날과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목숨을 걸고 해녀들이 채취해온 톳이나 뿔소라는 일본에 80% 이상이 수출되는데 자연산이 아닌 양식 취급을 받으며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걸 보니 다시 억울한 마음이 생겼죠.
처음에는 한예종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하며 지원금으로 꾸려갔습니다. 그러다 미국에 브로드웨이 배우 지망생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공연과 식사를 접목한 콘셉트가 흥미로웠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제주도에서 맛집은 수익성이 좋은 비즈니스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연까지 할 수 있는 장소를 찾다 보니 30여년간 방치된 어판장을 활용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촌 계장님과 해녀분들을 초대해 공연과 식사를 제공했습니다. 다행히 모두 좋아해 주시면서 리모델링 자금도 지원받고 '해녀의 부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3. 사랑하는 연기를 다이닝에 접목해 완성된 '해녀의 부엌'
해녀의 이야기를 공연으로 만들기 위해 거의 한 달간 인터뷰를 한 뒤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갑니다. 해녀의 부엌 공연은 약 100분간 진행됩니다. 해녀분들이 100분을 모두 이끌어가기는 어려울 수 있어 배우들이 공연을 한 뒤 그 스토리의 중인공인 해녀가 등장해 해산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관객들이 미리 작성한 질문에 답변을 해주는 방식입니다.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닌 해녀분들이 해녀 그 자신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해녀분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에게 위안받기도 하고 또 자부심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듣는 관객들 역시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며 공감을 나누고 치유되는 경험을 합니다.
28석으로 시작된 해녀의 부엌은 이제 44석으로 늘었는데도 항상 만석입니다. 식사는 뷔페식인데 일부 따뜻한 음식은 따로 서브합니다. 특히 뿔소라에 대한 애정이 깊습니다. 뿔소라는 해녀 소득의 60% 차지할만큼 주요 해산물입니다. 주 판매처인 일본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엔저 현상 등으로 가격 하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녀의 부엌은 뿔소라를 기존 가격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뿔소라로 젓갈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하며 뿔소라 알리기에도 열심히입니다.
벌써 5년차인 해녀의 부엌은 직원 14명의 어엿한 스타트업으로 순항 중입니다. 뿔소라 외 톳, 제주 전통 상웨빵 등을 상품으로 개발하고 2호점을 오픈하는 등 지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2억 수준의 매출에서 3년 만에 400% 성장하며 9억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제주도 로컬 스타트업으로 제주의 오랜 문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차근히 풀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양생태계에 대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한 만큼 해녀의 부엌은 섬마을 제주의 문화는 물론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높이는 해녀의 부엌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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